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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는, 나를 어쩔 셈이야. 그 짧은 문장 하나를 묻지 못한 채, 쌀쌀한 봄, 짭조름한 여름, 버석한 가을과 그럼에도 따스한 겨울이 네 번, 거기에 두 번을 더해 총 여섯 해를 스쳐보냈다.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. 반드시 이별할 것치곤 길었고,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사치라 하면 짧았다. 물 위에 누운 것처럼 부드럽고 폭신한 침구, 산홋빛 캐노피,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호화로운 음식과 따스한 목욕물, 서재를 가득 채운 책들, 먼지 한 톨 없는 대리석 복도 벽에 커다랗게 걸린 너의 초상화……. 처음 그의 초상화를 그릴 적에는 철없게도 생각했다. 어린 영애들이 그를 사랑하지 못해 안달이겠구나. 깎아지른 절벽과 풍파를 닮아 그리 여겼다. 별 잃고 길 잃은 망망대해가 붉은 눈 안에 출렁였고, 봄이 없어 칼바람같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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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3. 1. 9. 14:26